[우리학교 만세] 마산 성지여고 '수학 영재 학급' > 신심단체게시판

예나 지금이나 학생들에게 중·고등학교때 배웠던 여러 과목 중 공부하기 힘들었던 과목을 하나 꼽으라고 한다면 단연 '수학'이 빠지지 않는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 봐도 도무지 문제를 풀 수 없어 결국 답안지를 배껴야 했던 학생에겐 수학은 졸업과 동시에 깨끗이 잊고 싶은 과목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수학에 과감히 도전장을 던진 여학생들이 있다. 마산 성지여자고등학교(교장 남봉자 수녀) '수학 영재학급' 학생들이다.

　영재학급 학생들은 정규 수업이 끝나는 매일 오후 5시부터 9시까지 본교 교사 지도로 수학 수업을 받는다. 수학에 남다른 소질이 있는 학생들을 위한 수업이라, 일반 수업과는 달리 학생들 수준에 맞는 심화 학습이 이뤄지는 게 특징이다. 수학 교사 한명이 다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6명으로 이뤄진 영재교육 강사팀이 미분·적분·방정식 등 여러 분야 중 자신 있는 분야를 한 가지씩 선택해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것도 심화 학습을 위한 노력의 일환.

　영재학급 학생들은 1·2학년 각 20여명씩으로 이뤄져 있는데, 모두가 '수학'이라면 내로라하는 학생들이다보니 영재 학급에 들어가기 위한 경쟁도 치열하다. 매년 평균 경쟁률이 2:1 정도를 유지하고 있지만 3차에 걸쳐 영재 학생을 선발하는 학교의 엄격한 규정은 해가 바뀌어도 변함이 없다. 우선 중학교 때 성적이 내신 3% 이내에 든 학생을 선별한 후 2차 선별 검사로 수학은 물론 국어, 영어 필기 시험을 본다. 수학의 경우, 단순히 정답을 맞추는 것보다는 어떤 과정을 거쳐 답을 구해 나가는지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

　어렵사리 2차 과정까지 통과했다고 해서 환호성을 지르긴 아직 이르다. 마지막 과정으로 면접이라는 더 큰 산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교장·교감·수학교사 등으로 이뤄진 면접관이 학생의 수학적 능력을 점검하는 것은 물론 올바른 사고방식을 가진 영재로 성장할 수 있는지 알아보고자 인성검사까지 병행한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선발됐다 하더라도 수업 내용이 너무 어려워 이해하지 못하거나 적성에 맞지 않아 중도에 학급에서 나가는 학생들도 간혹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이같은 수업 방식에 크게 만족하고 있다.

　대학에서 생물공학을 전공하고 싶다는 강향숙(고 2)양은 "일반 수업에서 배울 수 없었던 내용들을 더욱 자세히 알 수 있어 매우 유익하다"며 "수학에 관심있는 친구들끼리 같이 공부하다 보니 힘들지만 무척 재미있다"고 말했다.

　성지여고는 2002년 교육인적자원부의 영재교육 진흥법에 따라 지난해부터 수학 영재학급을 운영해 오고 있다. 학생들의 논리적 사고를 더욱 키워주기 위해 수학과 별도로 매주 2시간씩 논술 수업도 병행하고 있다.

　교장 남봉자 수녀는 "국가에서 주장해 온 교육 평준화가 긍정적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학교 전체 수준을 하향 평준화시키는 문제점을 낳고 있다"며 "수학 영재학급을 학생들에게 각자 능력에 맞는 수업을 제공해 주면서 학교 전체 수준을 높일 수 있는 기회로 삼고 싶다"고 말했다.